보자기 or not

?cerabe·2003.06.29. 00:52(수정됨)·1
사생 결단이다.
죽어도 보자기를 씌워 달라고 했다.

그랬더니 어머니 왈
"그냥 아이스 박스에 담고 끈으로 묶은 다음에 가라.
그게 훨씬 편하다니까."

부산에서 올라오는 길
가슴 한편 안도의 한숨을 쉰다.
기어이 보자기로 싸 버렸다. 득의만연한 얼굴 ^-^

내려가기 하루 전 담그어 두신 김치를
정육면체의 아이스박스(스티로폼 박스)에
넣으시고 필요하다고 한 고추장에
집 앞 공터 한켠을 빌어 키운
깻잎을 따다가 간장에 양념을 한 반찬까지 챙겨 주신다.
가는 길에 혹시나 김치가 익을까 얼려둔 김치 한 봉지도 빼 놓지 않으신다.

집을 나서는 순간에도
아픈 손목을 뒤로 하고
기어이 보자기에 담긴 걸 드신다고 한다.

뭐라 말도 못하고 내 맡긴다.

전날 밤 여동생에게 물었다.
"니 같은면 우짤낀데?"
"마 안 가간다."
역시 동생다운 대답이다.


그래도 난 꾸역 꾸역 잘만 가지고 다닌다.
먹고 살려면 어쩔 수가 없다.
등 뒤에 가방을 둘러 메고
한 손엔 김치가 담긴 보자기를 든다.
아주 익숙한 솜씨로 말이다.

타인의 시선에 대해서
참 민감했는데
제법 괜찮아졌다.

보자기 or not, that's a question!!!

어쨌던지 난 보자기를 택했다.  

댓글 1

?Girl2003.06.29. 12:33
어릴때 칭얼대던 내 모습이 스치네...머...지금도 짜증부리는 아들이지만...ㅎㅎ