Prologue.

?CiEl::준수·2003.05.27. 02:38(수정됨)·8
내가 6살때의 일이라고 생각이 된다.
여름에 아버지의 휴가로 명지산의 계곡으로 놀러갔었다.
그때 휴가 가는 인파로 인해 도로 사정이 매우 좋지 않아서 매우 오랜 시간을 도로에서 보내고, 한밤중이 되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.
차에서 계속 잤던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차에서 내렸다.
그때 하늘을 본 순간, 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.
하늘에 펼쳐진건 하늘을 두개로 나누는 하얀 강.
그것의 정체를 모르던 나는 어머니께 여쭈어 보았다.
어머니는 "저건 하늘에 사는 사람들이 배를 타고 땅으로 내려오는 강이란다."라고 말씀하셨다.
그 당시 내가 가지고 있는 동화책중에 그런 내용의 책이 있었다.
그래서 난 "아, 그 강이 바로 저거구나"하고 생각했다.
그러나 시간이 지나 세상을 알게되면서 내가 보았던 그것이 은하수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게되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.
13년이 지난 지금도 난 눈을 감으면 그때 봤던 은하수가 아련히 떠오른다.
그때 느꼈던 전율, 신비함, 호기심.
그것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,
환상과도 같은 그 날의  전율을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.
그렇지만 그때의 은하수에 대한 호기심은 그것의 이름을 알고난 후에 시들해지고 말았다.

의미없는 시간들이 흐르고, 난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"채널아이"라는 통신에 가입을 했다.
그곳을 돌아다니다가 알게 된것이 "별사랑" 동호회.
이곳은 별을 보는 사람들의 모임이란다.
신기했다.
어째서 그런 것을 보는거지?
그냥 밤에 눈을 들면 보이는 것이 별인데, 왜 그런 것을 보려고 하지?
난 그 동호회에 올라오는 여러 글들을 읽으며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.
'도대체 왜 별을 보는 것일까?'
난 큰맘을 먹고 그 동아리에서 가는 겨울 관측회에 따라가기로 결심했다.

우리가 간곳은 강원도 평창의 수련원이었다.
회사에서도 오는 꽤 크고 깨끗한 곳이었다.
그리고 관측돔뿐만 아니라 소구경의 관측 장비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.
재미없는 세미나가 끝난후 관측돔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후, 망원경으로 겨울철 대상을 잡아서 보여주었다.
오리온과 플레이아데스였다.
그때 봤을땐 그다지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.
'아, 이런거구나.'라고만 생각했었다.
그러나 그후 60미리 굴절 망원경은 보고 싶은 사람들이 알아서 쓰라고 나누어 주었다.
난 그것을 가지고 플레이아데스와 오리온을 사람들에게 물어서 찾아보았다.
기뻤다.
즐거웠다.
신기했다.
무엇보다 자신의 손으로 했다는 것이 기뻤고, 내가 사는 세상에 이런 세상이 있다는게 새삼 놀라웠다.
남이 보여주던 대상을 볼 때와, 자신이 직접 찾아서 봤을 때의 감정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이다.
그리고 내가 언제나 잠자던 세상에, 또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던 하늘에 이러한 것이 있다니.
나에겐 충격이었다.

그후 난 인터넷에서 별사진과 천문 자료만 찾았고, 어느 동호회에서 어디서 관측회가 있다고 공지가 올라오면 어디든 따라갔다.
불과 몇달사이의 일이다.
난 그 몇달사이에 지금 내가 알고있는 거의 대부분의 지식을 얻게되었다.
아니, 그때의 내가 지금보다 더 많이 알지도 모르겠다.
우리 고등학교에 천문부가 없어서 학교에 건의해서 만들게 되었고, 같이 별보는 친구들도 조금씩 늘어갔다.
그러면서 난 사람을 만나는 재미도 알게 되었고, 여러 관측지를 돌아다니며 '우물안의 개구리'식의 사고방식을 조금씩 탈피해 나간것 같다.
또 별을 보면서 아무 생각없던 내가 구체적인 꿈과 야망을 생각해나갔다.
그래서 지금의 항공대에도 올 수 있었겠지.

누군가 내가 살아가면서 전율을 느껴본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난 "별을 볼때"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.
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그 기쁨, 온몸을 덜덜 떨게 만드는 그 진동.
내가 별을 보지 않았다면 언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까.

별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.
기쁨, 전율, 사람들, 꿈.
그렇지만 별은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.
그저.
그저.
내가 바라봐주기만을 원한다.

댓글 8

?CiEl::준수2003.05.27. 02:40
밤이라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요.. 저두 어지간히 잠 안오고, 시간도 많나봅니다..
?내음2003.05.27. 09:09
잘 읽었어 준수의 별을 사랑하는 맘이~잘 보이는 듯...어떤 부분은 동감가는 부분도 많고..^^좋은 하루~
?진영2003.05.27. 11:02
글 잘쓰넹....시간이 많다....좋겠군....
?애니멀혜문2003.05.27. 11:33
야호~ 멋진 열정이다~^^
?적월2003.05.27. 12:24
봐라봐주기를 원하는것 그게 얼마나 큰 걸 원하는건데....누군가가 나를 봐라봐주길 원하는건 절실한 바람인걸.그저..라고 말해버리기엔 나에겐 그 의미가 너무 크다.^^별 역시 그렇지 않을까 싶어.ㅎㅎ
?JINNY2003.05.27. 15:28
92년도 나 초등학교 5학년때 명지산으로 극기훈련갔었는데, 그때 쏟아질듯한 별을 보고 너무 감동받아서 지금까지 계속 별을 보고 있지~~ㅋㅋㅋ 명지산 정말 좋은 곳이였어~ 그때 자동카메라로 찰각 한컷 찍었었는데~~
?이병오2003.05.27. 17:49
글수준은 그지 준수한편이 아니군.... 상급이야 상급 ~~
?☆정의진☆2003.05.27. 18:14
이야...멋있다..ㅎㅎ;; 여자많이붙겠어.. ㅋㅋㅋㅋㅋ